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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s

[Hot Issues] 60년 험로 달리다 폐차꼴 된 미국 디트로이트


'모타운' 車산업 쇠락으로 인구급감…슬럼 도시화 

시 운영비도 빚으로 충당…인구 3분의 1이 극빈층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디트로이트의 지난 60년은 자갈밭을 떨그럭거리며 달리다 끝내 연기와 함께 주저앉은 폐차 직전 자동차의 상황과 같았다.

한때 제조업의 상징이자 미국 3위의 대도시였지만 1960년대 이후 공장 폐업, 부동산 가격 하락, 인구감소 등에 쇠락만 거듭했고 이제 180억 달러(약 20조8천억원)의 부채로 미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의 파산 상황을 맞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18일(현지시간) AP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문제는 핵심산업인 자동차에서 시작됐다.

195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 업체들이 다른 도시에 공장을 지으면서 '모타운'(자동차도시)이라는 디트로이트의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토종 완성차·부품 산업이 위축된 것도 악재를 키웠다.

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자 1950년대 180만명이던 인구가 급감해 1990년대 100만명, 현재는 7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팔리지 않는 집과 사무실, 텅 빈 공장이 늘면서 부동산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 떨어지고 세수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해지는 디트로이트 전경

세입이 줄어도 도시 운영비와 연금지출 등 쓸 돈은 여전히 많았다. 궁여지책으로 경찰과 교육 등 공공서비스 예산이 마구 깎이면서 도시의 치안과 생활환경은 '막장'이 됐다. 기겁한 중산층이 근처 오클랜드 카운티 등 근교 거주지로 대거 빠져나가며 디트로이트는 빠르게 '슬럼'이 됐다. 

래퍼 에미넴의 지난한 성장기를 그린 자전적 영화 '8마일'의 무대가 바로 이런 을씨년스러운 디트로이트였다.

현재 도시는 흑인이 83%이고 인구의 약 3분의 1이 극빈층이다. 살인범죄율은 미국 1위이고 도시 가로등의 약 절반은 고장난 채 버려진 상태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설명했다.

한국의 119전화 격인 911을 걸으면 대기시간이 무려 1시간에 달하고 구급차 가동률도 30%대에 불과하다.

파산 직전 올해 디트로이트의 재정난은 최악이었다. 2004년 이후 흑자였던 때가 한 번도 없었고 하루하루 도시 운영비도 빚에 의존해 부채가 감당 못하게 불어났다.

지방정부의 고질적 부패는 문제를 더 키웠다. 2002∼2008년 재임했던 콰메 킬패트릭 전 시장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