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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지선’ 민영화…경쟁체제 도입

강처리 2013. 6. 26. 23:19

국토교통부가 26일 열린 철도산업위원회 심의에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를 신설하고, 코레일을 분야별 자회사로 나누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사실상 민영화'라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 되면서 야권과 시민사회진영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코레일이 지분 30%를 출자하는 자회사를 세워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넘겨주게 된다. 코레일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70%는 국민연금 등 공공연기금에 맡길 방침이다.

코레일은 또 경부선과 호남선 등 간선 노선 중심으로 여객 운송사업을 하면서 지주회사 기능을 겸하는 형태로 바뀐다. 결국 여객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를 여러개 자회사가 맡게 되는 구조다. 국토부는 이같은 방안을 "독일식 모델을 응용안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오는 2017년까지 개통 예정인 신규 철도노선과 코레일이 운영을 포기하는 기존 적자 노선에 대해 민간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 체제 도입이 목적? 사실상 단계적 민영화 방안...논란 지속될 듯

국토교통부는 이번 심의안에 따른 민간 참여를 일부 적자 노선에 제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에 민영화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적자 노선에 대한 민간 참여를 시작으로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이 방안대로 공공연기금이 수서발 KTX 지분의 70%를 소유하게 되면 정부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매각이 가능해진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국토부는 민간 매각을 제한하는 투자약정과 정관을 마련하는 별도의 장치를 두겠다고 했으나, 투자약정.정관 역시 주주총회 등을 통해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정관을 마련한다는 건 꼼수다. 주주총회 이런데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의지에 따라 당장이라도 매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도 “연기금 지분은 정부가 쉽게 매각할 수 있다. 매각을 못 하게 정관을 정한다고는 하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못 먹게 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이영수 부경대 경제학부 박사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철도산업발전방안 토론회’에서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저가항공사를 자회사로 운영한다는 것을 예로 들지만,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분할 모형에 가깝다”며 “사업영역이 유사한 조 직이 분할되면 규모의 경제효과를 상실하고 운영의 비효율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방적 심의...최종 결정시 법적 논란도 불가피

국토부의 일방적 심의에 이어 의결까지 졸속으로 진행된다면 법적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산업위 심의안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철도산업 보호 조항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다.

철도산업기본법 제21조(철도 운영)는 철도산업 구조개혁 추진의 기본 시책으로, ‘국가는 철도운영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관련 조직을 전환해 한국철도공사를 설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위법이나 특별법이 없는 한 정부는 KTX 지분을 온전히 철도공사에 넘겨야 한다. 

김재길 정책실장은 “김해전철, 용인전철과 같은 민간 투자 노선에 대해서는 철도산업법대로 민영화가 가능하지만, KTX 노선은 국민 혈세만 14조5천억원 들어간 만큼 철도공사가 운영하도록 돼 있다”며 “지분 70%를 연기금에 넘기는 건 당연히 위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민간 투자건설 노선에 대한 한시적 운영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철도사업법 제5조 면허 조항을 수서발 KTX 출자회사 설립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조상수 공공운수연맹 정책위원장은 칼럼에서 “이처럼 철도사업법 제5조 면허 조항의 입법 취지는 경쟁 도입의 제도화가 아니라 민간 투자 건설 노선에 대한 한시적인 운영권 부여에 있다”며 “따라서 수서발 KTX는 기존선을 포함하고 있고, 신설 구간 역시 민간 투자가 아니라 15조 규모의 국고로 건설된 노선이므로 철도공사가 운영권을 갖는 것이지 철도사업법 제5조의 면허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심의 결과는 한미FTA의 철도산업 보호조항과도 충돌한다. 한미FTA 협정은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노선에 대해 철도공사의 운영 독점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마련해 철도개방을 유보하고 있는데, 수서발 KTX 노선은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평택~동대구 구간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수서발 KTX 출자회사가 설립되면 지분 매각시 해외자본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져 사실상 한미FTA 협정상 철도노선에 대한 보호조항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수서발 KTX를 분리하는 것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나라의 기간 철도망을 거대 투기자본의 수익 창구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며 “당장은주식 매각을 안 하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투자 유치를 받는 순간 한국 철도는 국제 투기 자본의 사냥터가 될 수 있다”고 지난 19일 토론회에서 말했다.

철도노조와 KTX민영화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는 철도산업위가 그동안 심의 원안을 크게 조정한 적이 없는 전례를 들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 차원의 총파업 등 대규모 행동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철도노조는 7월 초까지 전국 17개 주요 역사에서 ‘민영화 반대 촛불집회’를 진행키로 했다. 또 25~27일 진행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내달 3일 확대쟁의대책위원회회에서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고, 총파업 돌입 시기는 내부 논의를 거쳐 정해질 예정이다.